♣ 학습 목표 ·논술시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논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이해한다. ·논술 시험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자신이 가진 생각에 있음을 이해하고, 우리 사고 속에 숨어 있는 오류의 원인들을 살펴본다.

1. 이렇게 하면 망한다.

논술 시험을 앞두고 많은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에 대비합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방식이라는 것은 대게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 지는데 이 중에는 '이렇게 공부하면 반드시 망한다'고 볼 수 있는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1) 나는 실전에 강해 - 근거 없는 낙관론
(2) 논술, 일주일이면 망한다 - 자다가 봉창 두드리기
(3) 읽고, 외우고, 쓴다 - 오류의 반복확대

2. 논술 시험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알고 시작하자.

가장 간단하게 말해서 논술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의견을 글로 펼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펼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적 의견을 펼치는데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자신의 의견을 글로 펼치는 것이란 첫 번째 자신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의견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은 사물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없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자기 눈으로 평가할 때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됩니다.

"저 사람은 남자다." 이것은 의견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이것이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눈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옳고 그름, 선악(善惡)과 호오(好惡)의 판단을 사물(사실)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말을 뜻합니다.

즉, 논술시험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관을 사물(사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을 묻는 시험입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걸어온 시험들은 그저 사실을 대상으로 합니다. 사실이 맞나 틀리나 맞을 따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자체는 우리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건 저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이러다 보니 사실은 그저 사실이고 삶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머리 속의 지식 따로 행동 따로가 됩니다.

지식이 삶을 유용하게 하는데 쓰이지 않고 그저 썩은 물처럼 고여 있기만 합니다. 당연히 창의성도 나오지 않고, 현실에 대해 당연한 무엇으로 받아들입니다. 월드컵 축구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지면 매국노에 인간쓰레기입니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을 사물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사물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 하나의 의견이 있다고 합시다. 여기에 자신의 가치관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의견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엉뚱하게 이해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논술시험이 왜 제시문을 읽고 답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즉, 논술시험은 사물-의견을 정확히 받아들일 능력이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그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 가치관을 투영해 자신의 의견을 만드는 논술시험의 과정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서의 과정과 일치합니다. 올바른 독서란 무엇보다도 비판적 이해를 말합니다.

비판적 이해란 저자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우리의 현실을 배경으로 새롭게 재창조해 나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논술시험의 등장과 독서교육의 강조가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저 교과서나 참고서를 외우는 방식의 독서는 독서가 아니라 암기입니다. 가치가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배경지식만을 강조하는 논술은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배경지식이란 이러저러한 사실이 있다는 것일 뿐이지, 이러저러한 사실에 대해 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가르쳐 주지도 않고 타인의 의견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생각을 조금 더 넓혀 봅시다. 과연 독서만 이러한 과정을 밟을까요? 아닙니다. 독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사소통 전반이 이러한 과정을 거칩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정확히 듣고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의사소통이라면 의사소통이야말로 논술의 기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이란 곧 대화를 말합니다. 논술에서 의견이 내용이라면 이를 표현하는 것은 형식입니다. 형식이 내용을 위해 있는 것이지, 내용이 형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는 구술·면접시험과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논술시험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이와 같은 까닭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대부분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싫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이 글쓰기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은 사람이 있습니까? 게임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도 싫고 어렵습니까?

글쓰기가, 논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내용(의견)이 없는데 기인합니다. 평생 한번 고민도 안 해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인 겁니다. 그러다 겨우 양을 맞춰 쓰는데 급급하다 보면(형식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의견은 없고 뻔한 도덕교과서 구절만 그대로 옮겨 놓는 것입니다.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외우기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글로 쓰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말로 하면 잘합니까? 글을 못쓰는 게 아니라 의견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글의 형식만을 강조하는 논술은 잘못된 논술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의 형식이란 3단 논법으로 획일화되었는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쓰고자 하는 의견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논술시험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논술시험이란 한마디로 글을 정확히 읽고, 그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려, 의견을 정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뜻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좋은 의도가 남에게 곡해되거나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논술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의도를 정상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연을 찾아 헤매고, 또 그 다급한 사람들에게 엉뚱한 지도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논술시험이 최근 변화하고 있는 방향은 바로 이러한 오해와 그릇된 노력으로부터 정도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 두드러지게 보이는 논술시험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요구조건이 까다로와졌다는 점입니다. 즉, 과거처럼 특정한 주제에 대해 논하라는 형식이 아니라, 제시문을 해석하거나 활용하는데 대한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 (가)와 글 (나)의 차이를 밝히고, 이 차이가 글 (다)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논술하라"와 같은 까다로운 요구조건은 무엇보다 몇 가지 배경지식이나 '족집게'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으며, 오로지 정확히 읽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능력만이 해답입니다.

또 두 번째로 포괄적인 주제를 구체적인 영역에서 묻는다는 점 또한 암기식 논술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입니다. 즉, 민주주의 혹은 환경과 같은 포괄적인 주제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암기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 환경에서 소비의 역할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낸다면 암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이 다양한 영역에서 출제되고 있다는 점 역시 한정된 영역만을 파고드는 방식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해 적응할 수 있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사실들은 우리에게 논술에 가장 유효한 방식은 '정확히 읽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3. 내 생각의 모순이 논술 시험을 망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왜 여러분들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여러분이 '정확히 읽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길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읽고, 나름대로 외우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대로 읽고, 나름대로 외우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의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나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내 생각을 나 스스로 내릴 수 있을까요? 나의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교육과, 언론, 여타의 상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왜 착하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야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고요? 그렇다면 왜 사회는 유지되어야 합니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